내가 소개할 판은 한로로의《이상비행》이다.
이 앨범은 제목처럼 ‘평범한 경로를 벗어난 비행’을 꿈꾸는 듯한 음악이다.
현실에 닿아 있으면서도 살짝 떠 있는 듯한,
어딘가 따뜻한데 동시에 낯설고, 몽환적인데 또렷한 사운드.
이 모순적인 공존들이 한 장의 판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한로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낯설었지만,
《이상비행》을 끝까지 듣고 나면 그 이름이 꼭 기억된다.
이 가수가 건네는 소리는 조용하지만 강하고,
겹겹이 쌓인 사운드는 섬세하지만 선명하다.
1. 이상한 꿈을 꾸는 듯한 비행
《이상비행LP》는 한로로의 첫 EP인 이상비행과 싱글 앨범들을 모아낸 LP 이다.
완성도나 서사의 흐름만 보면 첫 앨범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제되어 있고, 곡과 곡 사이의 연결이 유기적이다.
앨범은 단순히 곡들의 모음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영화처럼 구체적인 분위기와 장면을 전달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 낯선 도시의 풍경,
새벽의 텅 빈 거리, 그리고 누군가의 내면 속 흔들림.
그 모든 이미지가 곡마다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펼쳐진다.
- 아티스트: 한로로
- 앨범명: 이상비행
- 발매연도: 2023
- 포맷: 1LP / 블루 마블 바이닐
- 레이블: POCLANOS / 소니뮤직
2. 수록곡과 흐름의 아름다움
앨범은 총 11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곡이 독립적인 동시에 하나의 테마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수록곡
A
- 1. 이상비행
- 2. 해초
- 3. 화해
- 4. 금붕어
- 5. 자처
- 6. 사랑하게 될 거야
B
- 7. 입춘
- 8. 거울
- 9. 비틀비틀 짝짜꿍
- 10. 정류장
- 11. 하루살이
초반부는 비교적 차분하고 서늘한 감정을 담고 있고,
중반부에서는 조금 더 리듬감 있는 흐름이 이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내면적인 고요함과 감정의 밀도가 짙어진다.
이 앨범은 전체를 순서대로 들어야 한다.
그래야 곡들 사이에 숨겨진 리듬과 흐름이 살아난다.
한 곡만 골라 듣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구조.
3. 특히 마음에 남은 곡 – 입춘
이 앨범을 통틀어 가장 깊이 남은 곡은 입춘이였다.
곡의 제목처럼 정말 이제 막 봄에 들어간 쌀쌀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듯한 분위기.
🎧 “현실의 발을 떼지 않고서도, 마음이 아주 멀리 날아가는 듯한 느낌.”
한로로는 화려한 기교를 부리기보다
묵묵히 감정을 정리해내는 방식으로 곡을 쓴다.
그래서 더 진심처럼 들린다.
LP 특유의 질감 있는 사운드가 이 곡의 공간감을 더 깊게 만든다.
빈 방 한가운데, 창문을 열어둔 채 혼자 앉아 듣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4. LP 실물로 만나는 이상비행
이상비행 LP는 실물로 보면 한층 더 매력적이다.
자켓의 디자인은 마치 우주를 떠도는 듯한 이미지이고
LP의 경우, 푸른색과 검정 색감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출시되었다.
앨범의 컨셉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판을 들고 있을 때조차, 그 색감만으로도 이미 한 곡을 듣는 듯한 인상이 있다
5. 비행은 끝났지만, 여운은 남는다
한로로의 첫 실물 앨범이다보니 많은 기대를 모았고, 그 기대에 부응했는지 만족한다는 평이 많다.
처음에 소속사는 이 앨범이 다 판매 안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몇백장의 CD를 소속사에 가지고 있으려고 하다가 유통사에 전부 보내야 한다고 스레드를 통해 밝혔다. 추가적으로 재발주를 얼마나 해야하는지도 긴급논의중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예판의 인기로 당황한듯 하다.
나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입니다.
불확실한 봄맞이를 결심해 준 그대에게 이 곡을 전합니다.
-한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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